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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첫 중고층 모듈러 주택, 5년 만에 백지화… 결국 철콘 회귀(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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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첫 중고층 모듈러 주택, 5년 만에 백지화… 결국 철콘 회귀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서울시 최초로 추진한 중고층 모듈러 주택 사업이 5년 만에 백지화됐다. 공기 단축과 혁신 기술을 내걸었으나, 행정 지연과 공사비 갈등에 부딪혀 결국 일반적인 철근콘크리트(RC) 공법으로 선회하면서 막대한 시간적ㆍ경제적 손실만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SH는 구로구 가리봉동 옛 시장 부지 복합화 사업의 설계 용역사 선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설계 업무에 착수한다고 27일 밝혔다. 올해 인허가 절차를 거쳐 내년 하반기 본공사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후략)
모듈러의 속도를 현실로 만드는 조건 – 가리봉 사업 사례가 모듈러 산업에 남긴 과제

대한경제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추진해 온 가리봉 옛 시장 부지 복합화 사업이 장기간의 인허가와 사업 지연, 공사비 상승 등의 영향을 거치면서 기존 모듈러 방식에서 철근콘크리트(RC) 방식으로 변경되는 과정을 보도했습니다.
가리봉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모듈러 기술의 실패’보다 사업기간 전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모듈러의 가장 큰 경쟁력 가운데 하나는 공장에서 모듈을 제작하는 동안 현장에서는 기초공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순차 시공방식과 비교해 전체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맥킨지는 실제 모듈러 프로젝트에서 20~50% 수준의 공기 단축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이러한 효과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법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설계·생산·물류·현장 설치를 통합하고 규모와 반복성(Scale & Repeatability)을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모듈러가 아무리 빠른 생산·시공방식이라 하더라도 사업계획 승인과 인허가가 장기간 지연되고, 그 사이 원자재와 인건비 등 사업비가 크게 변한다면 모듈러 본래의 ‘시간 가치’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가리봉 사업 역시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민간사업자 선정 이후 사업계획 승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고, 그 사이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사업조건을 둘러싼 발주자와 사업자 간 이견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기존 사업협약이 해지됐고 SH는 사업을 재추진하면서 일부 모듈러 공법을 RC공법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듈러의 경쟁력은 ‘현장 공사기간’만 단축한다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도 최근 「스마트건설리포트 Vol.28」에서 OSC·모듈러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반복 발주물량 부족, 표준화된 설계·부재 체계 미흡, 운송·양중 제약, 인허가 및 품질관리 기준의 불확실성 등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모듈러가 산업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개별 프로젝트의 기술개발을 넘어 반복 수요, 안정적인 발주, 표준화된 설계·생산체계, 제도화된 품질관리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분석합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듈러는 현장에서 한 번씩 새롭게 만들어지는 건축물이 아니라, 공장에서 반복 생산될수록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이 높아지는 ‘제조형 건설’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산업이 동일한 플랫폼과 생산라인을 반복 활용하면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듯, 모듈러 역시 충분한 발주물량과 표준화가 확보돼야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고 학습효과와 규모의 경제가 발생합니다.
정부도 이제 ‘개별 시범사업’에서 ‘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8월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은 이러한 문제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7~2030년 LH 등 공공의 모듈러주택 발주계획을 기존 1만2,000호에서 2만호로 확대해 연평균 발주규모를 3,000호에서 5,000호 수준으로 높이고, 일반 공법 대비 발생하는 추가 공사비의 약 50%를 2030년까지 재정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한 LH 의왕초평과 GH 하남교산 등에서 20층 이상 고층 모듈러주택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기술·품질 기준과 발주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Asia Today
이는 정부가 모듈러를 단순히 ‘공사를 빨리 하는 새로운 공법’으로 보는 단계를 넘어, 안정적인 공공 수요를 통해 생산규모를 만들고 산업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주택 공급 시스템의 하나로 육성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모듈러의 진짜 경쟁력은 ‘공기를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건설의 시간을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가리봉 사례는 모듈러 산업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보여줍니다. 공장에서 아무리 빠르게 생산할 수 있어도 인허가와 사업 의사결정이 수년간 지연된다면 모듈러의 속도 경쟁력은 사라집니다. 반대로 설계와 인허가를 조기에 확정하고, 안정적인 발주물량을 기반으로 표준화·반복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면 모듈러의 공기 단축과 품질 균일성이라는 장점은 훨씬 크게 발휘될 수 있습니다.
엔알비는 “현장에서 짓는 건설에서, 공장에서 만드는 건설로”라는 산업 전환의 방향 아래 고층 PC모듈러 기술과 생산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모듈러의 경쟁력은 이미 ‘얼마나 높게 만들 수 있는가’를 넘어,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반복 공급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엔알비는 실제 프로젝트와 생산을 통해 그 답을 만들어가겠습니다.